가치투자란 ?

투자의 걸음마 – 주식은 인간의 발명품

가치투자를 말하기 전에 주식투자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을 다시 만들겠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주식 투자를 도박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직접 하는 사람조차도 ‘주식이야 오르면 장땡이지’ 또는 ‘주식시장 다 그런 거 아니겠어?’라며 투자에 대한 자부심 보단 자기 비하 또는 운을 시사합니다.

투자자들은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주식투자, 주식시장, 주식회사는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한 3대 발명품입니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하기 위해 주식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에 돈을 대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식투자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거래하기 위해 주식시장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것들입니다.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기도 합니다.

이를 종합하면 ‘주식투자’는 ‘주식시장’을 통해서 ‘주식회사’를 만드는데 돈을 대는 행위입니다. 주식시장이 효율적이라면 주식회사를 실제 존재하도록 만들어주는 화룡점정과 같은 활동이 바로 ‘주식투자’인 셈입니다. 예를 통해 이들의 관계를 쉽게 이해해보겠습니다.

조선시대 황해도 골짜기에 재인마을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이 마을은 벼농사도 잘 되고 사람들도 부지런하여 아주 잘 살았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고민이 있었으니 마을에 방앗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볏섬을 이고 옆 마을까지 가서 벼를 찧어서 와야 했는데 이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재인마을 사람들은 방앗간을 짓고 싶었습니다. 다만, 방앗간은 2,000냥이나 드는 큰 시설물이었고, 아무도 그만한 돈을 가진 사람이 없었습니다. 재인마을의 제일 가는 부자도 500냥 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돈을 보태어 2,000냥으로 방앗간을 짓고 거기에서 나오는 이문을 돈을 낸 비율만큼 가져가기로 한 것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돈을 내자 2,000냥은 금방 모였습니다.

이제 재인마을 사람들은 방앗간을 가지게 되어 옆 마을까지 벼를 찧으러 갈 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이제는 오히려 방앗간이 없는 뒷마을에서 재인마을로 벼를 찧으러 왔습니다. 방앗간은 1년에 200냥의 이문을 내는 사업이 되었습니다. 그 이문 중 일정액은 방앗간 수리에 쓰고 나머지는 처음 돈을 냈던 사람들이 그 비율만큼 나누어 가졌습니다. 게다가 10명의 청년들은 방앗간에서 일을 해 월급을 받았습니다. 재인마을 사람들은 벼농사를 짓고 방앗간을 운영하여 모두 부자가 되었습니다.

위의 재인마을의 방앗간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여럿이 돈을 모으면 개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사람들의 욕구를 해결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방앗간은 주식회사이고 방앗간을 만드는데 돈을 낸 사람들은 주식투자자입니다. 물론 그들이 돈을 댄 행위는 주식투자입니다. 방앗간이 만들어낸 200냥이란 이문은 당기순이익이고, 마을 사람들에게 출자한 비율만큼 돌아간 돈은 배당입니다.

이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주식투자와 주식회사가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나온 제도일 뿐 어려운 기업 회계나 법규, 투자방법이 떠오르는 복잡한 개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주식투자라 하는 것은 종이 증서인 주식을 산다는 것이 아니라 방앗간과 같은 주식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산다는 의미입니다. 즉, 단지 남에게 주식을 사서 단 얼마라도 남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투자라는 개념입니다.

투자의 걸음마 – 가치투자의 정의

가치투자는 주식투자의 방법 중 하나입니다. 주가가 만들어 낸 차트를 통해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기술적 분석이라면, 기업의 가치와 실적을 통해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내고 가치가 가격에 반영될 때를 기다리는 것이 가치투자입니다. 우리나라는 차트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가치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지만, 주식투자의 원론에 가까운 것은 가치투자입니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가치투자는 성장성 있는 기업을 골라내는 연구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어떤 출마자가 가장 뛰어난지를 가려야 하듯, 가치투자자는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 연구를 합니다.

가치투자로 유명한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현명한 투자자’에 따르면 기업의 내재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기업의 주식을 샀다가 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것을 가치투자라 합니다.

단순히 싼 기업을 찾아 내재가치를 반영할 때를 기다리는 것도 ‘돈을 잃지 않는’ 훌륭한 투자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가치투자자는 이 방법을 따릅니다. 하지만 좀 더 발전된 형태의 가치투자는 이보다 넓은 개념으로 차별화된 탁월한 가치를 가진 기업을 찾은 뒤 그 기업이 바겐세일 될 때 사서 지속적으로 보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반에서 20등을 하고 있지만 원래는 10등은 할 수 있는 아이를 찾는 것이 기존의 가치투자라면, 계속 반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아이를 찾아내는 것이 새롭게 정립된 가치투자입니다.

가치투자는 주식을 오래도록 보유한다는 장기투자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기업의 주주가 된다는 것은 장기투자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분양권만을 받아서 시세차익을 내고 다른 사람에게 파는 사람을 단기투자자 혹은 투기자라 한다면, 평생 살 집을 골라서 사는 사람은 장기투자자라 할 수 있습니다.

흔히 주식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것만이 장기투자라고 잘못 이해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점에서 사서 소위 물린 종목을 기약도 없이 오래 보유하면서 장기투자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기계적인 장기투자일뿐 가치투자에서 강조하는 장기투자가 아닙니다.

장기투자라는 개념은 보유 기간뿐 아니라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까지 기다리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즉, 단순히 보유 기간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그 기업에 대해 오래 연구를 했고 자신감 있게 장기적으로 보유할 수 있나 하는 것까지 장기투자의 일부라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가격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두 가지를 요구합니다. 하나는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인내입니다.

투자의 걸음마 – 복리의 마술

가치투자가 돈을 잃지 않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기존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조급함도 있을 겁니다. 이 조급함은 단기간에 대박을 터뜨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옵니다. 따라서 재미없는 가치투자보다는 인위적으로 단기간에 몇 십배씩 끌어올리는 급등주 및 작전주를 찾기 위해 시간을 쓸 것입니다. 무엇보다 가치투자는 초심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뿐 아니라 가치투자를 마음먹고 하는 사람이라도 가치투자에서 실패하는 이유 또한 조급함 때문입니다. 가치주를 발굴하더라도 가격이 가치를 반영하는 속도가 느려 다른 종목에 비해 자신의 종목이 상승하지 못하면 매도해 버려서 정작 상승 시에는 안타까움만 더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과거 박찬호나 지금의 류현진처럼 훌륭한 투수가 한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을 했다고 해서 다음날 바로 연봉이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투구 내용과 성적, FA시장의 상황 등 모든 요인들이 복합되어서 어느 순간에 몸값은 연봉에 반영이 됩니다. 오늘 당장 그 투수가 9실점으로 패했다 하여 그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 버리는 에이전트가 있다면 그는 큰 실수를 하는 것입니다.

가치투자자의 큰 적인 조급함을 버리기 위해서는 복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복리는 지급 받을 이자를 원금에 가산하여 그 합에서 다시 이자를 낳게 하는 것입니다. 주식투자에서는 시세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다시 재투자하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복리의 가장 큰 의미는 적어 보이는 수익률이 긴 시간과 결합되면 결국에는 큰 수익이 된다는 것입니다. 산꼭대기에서 눈을 굴리면 얼마 되지 않은 눈들이 뭉쳐져 산을 거의 내려올 때쯤이면 산사태를 일으킬만한 큰 눈덩이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됩니다. 만약 연 7%의 수익률을 복리로 재투자하면 10년 후 원금의 2배가 됩니다. 이것이 15%라면 10년 후 4배, 25%라면 8배가 넘습니다. 결국 좋은 기업을 골라 이 기업이 연 25%의 수익을 내준다면 10년 후면 800%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게 복리의 마술입니다.

결론적으로 가치투자를 통해 1년 동안 15~25%의 수익률을 목표로 시간을 기다릴 수만 있다면 주식투자의 성공과 더불어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치투자와 장기투자야말로 복리의 마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투자 방법입니다. 좋은 종목을 꾸준히 보유하는 것이야말로 수수료와 세금 등 거래 비용을 내지 않으면서 자동으로 투자이익이 재투자되는 간편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좋은 종목을 좋은 값에 사고 시간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는 복리수익을 향유하기만 하면 됩니다. 느려 보이지만 결국에는 이기는 투자가 가치투자의 본질입니다.

투자의 걸음마 - 가치투자는 포지티브 섬 게임

주식투자가 비도덕적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가 돈을 벌면 누군가는 돈을 잃는다’라는 주식시장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시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틀린 것이다. 제로섬은 선물, 옵션에나 해당하는 논리일 뿐 일반 현물 시장에서는 맞지 않다. 이유는 주식시장은 만기가 없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로 접근하면 주식시장은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 포지티브 섬 게임의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투기로 보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에 한정된 돈이 있고, 이 돈이 주식시장 내부에서 순환하므로 고객예탁금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장에 돈이 많이 있으면 인위적으로라도 주가는 올라갈 수 있기는 하지만 가치투자자에게 시장에 얼마만큼의 돈이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시장과 관계없이 기업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돈을 벌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자사주나 배당의 형태로 주식시장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꼭 개인투자자, 기관투자자만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을 사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논리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돈을 벌게 되는 포지티브 섬으로 주식시장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은 자금순환 과정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에까지 미쳐서, 수익성이 좋은 기업에 투자하게 되면 시장과 관계없이 종국에는 돈을 벌게 되는 구조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것이 가치투자의 핵심 개념이며 가치투자자에게 기회가 있는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

가치투자자는 결코 주식시장을 카지노판으로 보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주식시장은 기업들의 소유권을 매매하는 곳입니다. 소유권의 가치는 주식시장에 있지 않습니다. 주식시장은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는 거울이고 그 실체는 기업 자체에 있습니다. 너무 많은 투자자들이 거울 속에서 허상을 좇는 것이 아닌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투자자는 좋은 기업을 골라내고 기업은 투자자가 준 돈으로 열심히 사업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면,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과 투자자 모두 성장하고 그 과실을 나눌 수 있습니다.